드론으로 내려다 본 신풍지. 6천평의 크지 않는 저수지이지만 엄청난 붕어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호남지방은 입춘이 지나자 큰 추위는 사라졌다. 그러나 초봄의 따사로움은 이어져도 수온은 미미하게 오르는 듯 했다. 어디로 가볼까 하다가 이른 봄철에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영암의 학파1지를 꼽았다. 학파1지 붕어는 초봄 산란기가 되면 상류의 작은 저수지로 올라오는데 이때의 폭발력이 대단해 매년 이맘때를 놓치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27일 퇴근과 동시에 부리나케 달려 학파1지에 도착했다. 이미 현장에는 많은 낚시인들이 들어와 있었고 이제 갓 도착해 분주하게 대를 펴는 낚시인도 보였다.
동행한 김진상 회원도 상류권의 얕은 곳에 대를 폈는데 “물색이 막걸리처럼 탁하다는 것은 수온이 올랐고, 그에 따라 붕어들도 상류로 거슬러 올라오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에 여기를 택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상류에는 자리가 없어 하류에 대를 폈다. 물색과 날씨 등등 모든 여건은 좋았다. 하지만 밤새도록 블루길 한 마리를 낚아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튿날 아침 혹시 몰라서 다른 낚시인들의 조황을 살폈는데 아무도 붕어의 입질을 받은 낚시인이 없었다. 아직은 붕어가 상류로 올라붙지 않는 듯 했다. 그래서 함께한 회원들과 긴급회의를 했다. 장소를 옮길 것인가에 대한 회의였다. 결론은 옮겨보기로 했다.
상류에서 마릿수 붕어를 낚아낸 김진상 회원. 사진 촬영을 위해 살림망을 붓자 붕어가 쏟아졌다.
사진 촬영 후 바로 모두 방류했다.
엄청난 마릿수 붕어를 올린 필자의 포인트. 연안 뗏장수초 지대보다는 4칸 이상의 긴 대로 수중 말즘 바닥을 노린 게 주효했다.
좌안 중류에서 밤 입질을 기다리는 이광희 회원. 이 포인트에서는 긴 대, 짧은 대 상관없이 폭풍 입질이 들어왔다.
차선책으로 생각해둔 곳이 인근 서창지와 신풍지였다. 다시 회원들과 ‘한 마리를 볼 것인가? 마릿수를 볼 것인가?’를 놓고 의논해봤다. 회원들 모두 추운 겨울 동안 붕어다운 붕어를 못 봤으니 씨알 불문하고 손맛 위주로 즐겨보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학파1호지 지척에 있는 신풍지로 이동했다.
낚싯대 3대 펴는 동안 붕어 6마리 올려
신풍지에 도착한 것은 다음날인 2월 28일 오전 9시. 저수지는 만수위였다. 좌안 중류에 내림 낚시인 1명이 갓 도착해 낚시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신풍지에서 가까운 영암읍 삼호읍에서 왔다고 했다.
그는 대뜸 필자에게 “고기 나오는 줄 어떻게 알고 왔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2월 초부터 계속 신포지를 찔러봤는데 어제부터 붕어가 쏟아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쏟아진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자신은 예민한 내림낚시를 하기 때문에 서너 시간만 낚시해도 40~50수는 낚아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닥낚시를 하면 어찌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좌안 최상류에 김진상 회원의 자리를 선정해주고 진입이 수월한 중류에는 이광희 회원을 앉혔다. 나는 좌안 하류에 자리를 했다. 동일레저의 전투좌대를 설치하고 수심을 체크하기 위해 지난밤 학파1호지에서 사용하고 남은 글루텐 떡밥을 바늘에 달아 던졌다. 찌가 수면에 수직으로 서서 자리를 잡기 위해 서서히 하강하더니 갑자기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이게 뭐지?” 생각하며 얼떨결에 챔질 해봤다. 놀랍게도 엄청난 힘으로 옆으로 째던 녀석은 놀랍게도 26cm 붕어였다. 수심도 제대로 맞추지 않았는데 글루텐을 받아먹었던 것이다. 또 다시 글루텐을 달아 찌를 세우려는데 이후로는 좀처럼 바닥 찾기가 힘들었다. 특공대(바닥 수초를 걷어내는 소형 갈퀴)를 꺼내 정확한 수심을 체크 해봤더니 2.5m로 깊게 나왔다. 특공대 바늘에는 말즘 새순이 뜯겨 나왔다. 아직은 길게 자란 말즘이 아닌 듯 했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말즘과 말즘 사이 빈 공간을 찾아 찌를 세웠다. 낚싯대 3대를 펴면서 여섯 마리의 붕어를 낚아냈다. 2.5m의 깊은 수심이라 낚이는 붕어마다 손맛이 대단했다. 몇 대의 찌는 계속해서 빨려가는 입질이 잦았다. 빈 구멍이 아니라 말즘 위에 앉힌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봉돌을 조정하여 찌맞춤 시 찌톱이 두 마디 정도 나오는 가벼운 채비로 전환했다. 목줄 역시 12cm에서 더 길게 25cm로 바꿨다. 그리고 무르게 갠 글루텐을 아주 작게 바늘에 달았다.
그랬더니 찌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구쳤다. 목줄이 봉돌을 기점으로 말즘 위로 자연스레 누웠고 그 덕분에 붕어가 아무런 이물감을 느끼지 못하고 흡입했을 것으로 상상했다.
지렁이 미끼에 낚여 올라온 블루길. 수온이 오르면 파상공세가 예상된다.
낚시를 끝낸 필자가 살림망을 들어 보이고 있다. 2백 마리가 넘는 붕어가 담겨있다 보니 두 손으로 들기에도 버거웠다.
신풍지 좌안 포인트 모습. 진입이 수월하며 계절 불문 마릿수 붕어가 낚이는 게 특징이다.
신풍지에서 필자가 사용한 글루텐 미끼. 찌가 제자리를 잡기도 전에 잦은 입질을 하는 바람에 미리 글루텐 환을 만들어놓고 사용했다.
필자와 김진상 회원이 올린 붕어를 모아놓고 기념촬영을 했다. 산란을 앞두고 있어 촬영 후 바로 방류했다.
상류 포인트에서 손맛을 봤던 김진상 회원이 묵직한 살림망을 들고 본부석을 찾아왔다. 혼자 200마리 가량을 낚아냈다.
낚시 인생 최고의 마릿수를 경험하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낚시할 수 있었던 시간은 오전 11시 무렵. 으레 이맘때 찾아오는 봄철 강풍 대신 살랑살랑 산들 바람이 불어오는 날씨였다. 등이 따뜻할 정도로 햇살이 좋았다. 이때부터 찌가 신들린 듯 춤을 췄다. 그러나 낚이는 씨알은 고만고만한 21~28cm였다. 일단 방생은 철수 때 하기로 하고 촬영을 위해 붕어를 살림망에 모아 보기로 했다. 붕어를 낚아 바늘을 빼내기도 전에 또 다시 입질이 왔다. 낚싯대를 두 대를 동시에 치켜세우기를 반복했을 정도다. ‘넣으면 나온다’는 말이 실감났다. 지난 6주간 직장일과 날씨 탓에 출조를 못했는데 겨우내 굶주렸던 손맛을 보상이라도 받는 듯 붕어들의 폭풍 입질에 신이 났다.
깊은 수심에 폭발적인 입질이 이어져 커피 한잔 마실 여유도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씨알이 다소 잘아 아쉬웠다. 2시간 동안 7치에서 9치급 붕어를 50마리 넘게 낚았지만 월척은 낚이지 않았다.
좌측에 앉은 이광희 회원과 김진상 회원 역시 쉴 새 없이 붕어를 낚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멀리서 봐도 씨알이 고만고만했다. 최상류에 자리 했던 김진상 회원에게 가봤다. 좌대 위에는 미처 바늘을 빼내지 못한 붕어가 세 마리나 있었다. 그러면서도 또 다른 낚싯대를 치켜세우고 붕어와 힘 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붕어가 떼로 몰린 것 같았다.
김진상 회원은 “제 낚시 인생 동안 이렇게 많은 붕어를 낚아보는 것은 처음입니다. 내가 붕어를 낚은 것인지 붕어가 저를 낚으려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붕어에게 혼쭐나고 있습니다”라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정오를 넘겨 오후 3시가 되도록 붕어의 입질은 폭풍우처럼 이어졌다. 밤낚시에는 씨알이 좀 더 굵어져 ‘월척이 낚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이에 오후 5시에 이른 저녁식사를 마쳤다. 회원들은 “씨알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지만 2미터 이상의 깊은 수심이라서 준척급도 당길 힘이 대단해 월척이 안 부럽습니다” 라고 말했다.
어두워지자 포인트마다 입질 편차 커져
오후 6시. 밤케미로 바꾸어 밤낚시 준비를 하는데 한낮 보다는 입질 빈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어두워지자 거짓말처럼 입질이 끊겼다. 하지만 최상류의 김진상 회원과 중류의 이광희 회원 자리에서는 낮과 밤 가리지 않고 똑같은 입질이 이어졌다. 같은 저수지 내에서 그것도 거리가 많이 떨어지지도 않았는데 입질 편차가 심하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밤 8시부터 내일 아침낚시를 위해 휴식을 하기로 했다. 이광희 회원과 김진상 회원은 계속해서 입질을 받아 붕어를 낚아냈다.
필자가 주력으로 사용했던 채비. 군계일학의 ‘오월이 스텔라’ 찌에 ‘와이어 스위벨 채비 스네이크형’을 사용했다.
영암 신풍지에서 가장 잘 먹혔던 경원사의 어분글루텐과 오래오글루텐에 마루큐사의 천하무적 어분을 약간 가미했다.
신풍지에서 올린 28cm 붕어를 보여주는 필자. 이런 씨알이 주로 올라왔다.
아침 7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인트를 둘러보니 조용했다. 회원들이 밤새도록 이어진 입질에 지쳐서 휴식을 하고 있었다. 글루텐을 다시 개어 입질을 기다리는데 잠잠하던 찌가 거짓말처럼 또 다시 솟구치기 시작했다. 쉴 새 없는 붕어의 파상 공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손맛을 즐겼다. 이미 200마리가 넘은 듯 했지만 아쉽게도 월척은 없었다.
몇 년 전 하동의 송원지에서도 200마리가 넘는 붕어를 낚았지만 그 때도 월척은 없었다. 모두 준척급에 해당하는 붕어만 낚았을 뿐인데 이곳 신풍지에서 그 상황이 다시 재현되고 있었다.
저녁부터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어 더 이상의 낚시는 의미 없을 것 같았다. 철수에 앞서 휴대용 계수기로 체크하니 마릿수가 236마리를 가리켰다. 필자 혼자만의 조과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마지막 조황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필자와 김진상 회원의 살림망을 바닥에 쏟아 부었다. 마치 그물질로 잡아낸 게 아닐까 할 정도의 마릿수였다. 모두가 씨알은 준척급에 불과했지만 월척이 부럽지 않을 정도였으며 깊은 수심에서 낚여 올라오는 손맛에 만족했다. 겨우내 손맛을 굶주렸던 우리도 우리지만, 붕어들도 겨우내 먹잇감에 굶주리지 않았을까?
내비 입력 전남 영암군 학산면 금계리 1060
김진상(왼쪽), 이광희 회원이 굵은 붕어만을 골라 보여주고 있다.

때글때글한 신풍지 준척급 붕어들.
계수기에 찍힌 236마리의 조과.
[피싱 가이드]
3월 중순 이후의 신풍지는?
이번 출조에서 붕어를 낚아 항문을 살펴보니 아직은 신란 징후가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3월 말에서 4월 첫 주 사이에 산란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신풍지 붕어낚시는 지금부터 벚꽃이 절정을 이루는 4월 6일경까지 피크라고 할 수 있다. 그 이후 수온이 오를수록 블루길 성화가 극심해진다. 이후 수온이 올라 마름 잎이 수면에 보이기 시작하면 마릿수가 떨어지고 씨알 위주로 붕어가 올라온다. 같은 시기 인접한 학파1지의 유명세에 가려 있어 낚시인이 많이 몰리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미끼는 글루텐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집어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옥수수도 먹히지만 입질이 더딘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