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낚시터]
추자 횡간도 감성돔낚시
과연 민박 도보낚시의 성지라 부를만하군!
이영규 기자
겨울 감성돔 시즌이 막바지에 달했다. 2월 내내 저수온과 악천후로 고전했지만 3월 들어 훈풍이 불고 바다가 온화해지면서 출조 여건이 살아나는 상황이다. 올해는 양력 3월 19일이 영등철 시작을 알리는 음력 2월 1일. 따라서 낚시춘추 4월호가 발행하는 3월 15일은 아직 본격 영등철에 접어들기도 전이다. 그러나 이런 구분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이상 해수온 변동과 기상이변이 매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겨울 시즌이 최고의 정점에 해당했다는 게 베테랑 낚시인들의 설명이다.
횡간도 남쪽 높은자리에서 올린 감성돔을 자랑하는 푸가 프로스탭 윤화열 씨.
윤화열 씨가 철수 직전 큰 입질을 받아 파이팅을 벌이고 있다.
지난 2월 18일, 난데없이 추자도 당일 출조 취재를 계획했다. 보통은 짧아도 2박3일 일정으로 원도를 찾지만 올 겨울은 3일 이상 좋은 날 씨가 지속되는 날이 적었다. 그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결정한 일정이었다.
대체로 원도 당일낚시는 많은 리스크를 감내해야만 한다. 일단 출조비가 많이 들고, 낚시 시간은 근해권보다 짧으며, 포인트 선점을 위해 새벽에 갯바위에 내려야 하는 물리적 피로도 빼놓을 수 없다. 딱 한 가지 의지가 되는 점이 있다면, 근해권에 비해 더 많은 감성돔과 굵은 씨알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추자도에는 40여 개가 넘는 섬이 있는데 그중에서 횡간도를 촬영지로 선택한 이유는 민박을 겸한 도보낚시터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대다수 도보 포인트가 접근성이 뛰어나고 오랜 세월 출조가 이루어지다보니 마치 동네 마실 코스마냥 길이 잘 닦여있는 것도 장점이다. 종선을 이용하지 않기에 경비를 대폭 절약할 수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횡간도에는 횡간민박 1곳이 영업 중이며 추자도 낚싯배들은 웬만해선 횡간도에 낚시인들을 내려놓지 않는다. 자체적인 영업권을 보장(?)해주는 차원으로 볼 수 있는데 인근 추포도에도 횡간도와 같은 형태로 영업 중인 민박집이 1곳 있다.
예정에 없던 횡간도 무박 도보낚시
2월 18일 새벽 12시30분에 해남 땅끝항에서 출조하는 황제호를 타고 횡간도로 들어갔다. 이번에도 푸가 프로스탭 윤화열 씨와의 동행출조였다. 황제호는 현지 민박집과 일종의 ‘업무협약’을 통해 낚시인들을 횡간도까지 데려다주고 있으며, 여객선을 이용한 접근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원래 우리는 새벽에 갯바위에 내려 밤낚시를 조금 하다가 날이 밝으면 열심히 낚시해 감성돔을 낚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막상 추자해협에 들어서자 강풍과 파도가 심해 목적한 북쪽 포인트로의 하선은 불가능했다. 결국 우리는 같은 날 황제호를 타고 민박낚시를 온 강릉 낚시인들과 함께 민박집으로 이동해 잠시 쉬다가 동이 튼 후 갯바위로 나서게 됐다.
예정하지 않았던 ‘횡간도 무박 도보낚시’ 스케줄이 성립한 것이다.
횡간도 유일의 민박집인 횡간민박은 횡간도의 남쪽 산 중턱에 있었다. 보통은 선착장 주변에 마을이 있기 마련이건만, 이곳은 비포장도로를 따라 800m가량 올라가야만 했다. 맨몸으로는 걸어갈 수 있어도 짐을 들고는 절대 갈 수 없는 거리였다.
민박집에 먼저 들어와 있던 10명 정도의 낚시인과 아침 6시30분경 이른 아침식사를 마치고 갯바위로 나섰다. 일단 무거운 밑밥통과 가방은 트럭에 실은 후, 낚시인들은 선착장으로 향하는 비포장길을 따라 먼저 걸어내려 갔다.
이날 우리가 낚시한 횡간도 남쪽 포인트는 비포장길 중간중간에 나 있는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는 형태였다. 낚시인들은 미리 진입로 입구에 가서 기다렸다가 민박집 차가 오면 자신들의 짐을 내려 받는 시스템이었다.
낚시를 마친 낚시인들이 걸어서 민박집으로 철수하고 있다. 무거운 짐들은 트럭에 실어 보냈다.
횡간도 발전소 밑 포인트로 내려가는 낚시인들.

동이 트자 출조 준비를 하는 낚시인들. 무거운 짐은 트럭에 싣고 이동한다.

해남 땅끝에서 횡간도로 출조하는 황제호.
3시간 30분 낚시로 감성돔 6마리 견인
윤화열 씨와 나는 선착장과 민박집의 중간 지점에 있는 일명 횡간도 남쪽 큰바위에서 낚시하기로 했다. 횡간민박 김영태 사장의 말에 의하면 이곳은 횡간도 감성돔 포인트 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명당이라고 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정말 발판이 편하고 포인트도 그럴 듯했다. 게다가 새벽에 도착했을 때는 뻘물이 심해 영 분위기가 좋지 않았으나 날이 밝고 간조가 되면서 물색은 그런대로 회복이 된 상태였다.
김영태 사장은 “하필 이렇게 상황이 안 좋은 시기에 촬영을 왔냐”며 아쉬워했지만 갑자기 바뀐 물색 때문인지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나 우리의 희망과는 달리 예상 못한 악재가 기다리고 있었다. 채비를 마치고 동영상 촬영 준비까지 끝내자 시간은 어느새 오전 8시를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늘 황제호의 횡간도 철수 시간은 낮 12시. 철수 준비까지 감안하면 고작 길어야 3시간 30분밖에는 낚시 시간이 없었다. 적어도 오후 2시까지는 낚시할 줄 알았는데 황제호의 철수 시간은 2시간이나 빨랐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이렇게 빨리 철수하는 이유는 새벽에 갯바위에 내린 당일치기 낚시인들의 낚시 패턴에 맞춘 것이었다. 즉 새벽 2시부터 내려 감성돔을 낚든 볼락을 낚든 밤새 낚시하고, 날이 밝은 직후부터 또 낚시하다보면 오후 12시 철수가 그리 늦은 철수는 아니어서 큰 불만이 없다는 것. 하지만 우리처럼 날이 밝아야만 낚시하는 사람들에게는 시간, 비용 모든 면에서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우리는 서둘러 낚시를 시작했다. 간조에서 초들물로 돌아서는 황금 타이밍 덕일까? 물색은 적당한 탁도를 보여주었고 조류도 갯바위를 타고 횡으로 예쁘게 흐르기 시작했다.
간조였음에도 발 앞 수심이 4~5m는 확보됐는데 근해라면 시기적으로 약간 얕을 수 있는 수심이지만 원도인 추자도에서는 충분히 승산이 있는 수심이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단 세 번의 캐스팅 만에 들어맞았다. 첫 입질에 35cm급 감성돔이 올라온 것. 이후 같은 자리에서 2마리를 추가한 후 들물이 차올라 윤화열 씨가 있는 높은자리로 이동했고 그 곳에서 또 2마리를 추가해 총 5마리의 감성돔을 낚을 수 있었다.
아쉽게도 윤화열 씨는 37cm급 1마리밖에 낚지 못했는데 큰 입질은 오히려 윤화열 씨에게 더 많이 들어왔었다. 내가 본 것만 3방을 터트려 먹었고 철수 직전에는 초대형 참돔을 걸어 질질 끌려 다니다가 채비가 터져 버렸다. 참고로 횡간도는 큰 참돔이 잘 붙기로 유명한 낚시터다. 낚시 도중 엄청난 힘과 스피드로 채비를 요절내는 놈이라면 대형 참돔일 확률이 매우 높다.
연천에서 온 이준균 씨가 일행들과 함께 거둔 조과를 들고.
취재팀이 낚시한 남쪽 높은자리에서 바라본 선착장 방면 갯바위. 튀어나온 곳곳이 포인트다.
장박낚시로 횡간민박을 찾은 화성의 정의만 씨가 5짜 감성돔을 보여주고 있다.
1박2일보다는 2박3일 일정 추천
비록 이날 우리는 고작 3시간 동안의 짧은 당일낚시로 횡간도 조행을 마쳐야 했지만 다행히 총 6마리의 감성돔을 낚아 아쉬움을 덜 수 있었다. 운이 좋았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 횡간도 전역에 감성돔이 많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다른 낚싯배들은 거의 횡간도에 낚시인들을 내려놓지 않기 때문이다.
상추자와 하추자의 낚싯배들도 제일 북쪽인 횡간도까지 오기에는 너무 멀고, 기름값도 많이 든다는 점이 걸림돌이지만 민박집 간의 경쟁심리도 작용한다는 게 낚시인들의 분석이다. 그 중에서도 종선비가 들지 않는 도보낚시만으로도 충분히 손맛을 볼 수 있다는 점이 횡간도의 가장 큰 경쟁력이었다.
마지막으로 횡간도로 출조한다면 일정에 각별히 신경 쓸 필요가 있어 보였다. 당일 출조야 어차피 짧은 시간에 승부를 볼 목적이라 예외로 치더라도 민박낚시는 최소 2박3일을 추천하고 싶다. 1박2일의 경우, 도착한 첫날 고기를 충분히 낚으면 다행이지만 첫날 ‘현지적응’에 시간을 보내고 조과도 부진했을 경우 이튿날은 오전 낚시 시간이 너무 짧아 결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횡간민박을 찾는 단골 낚시인들의 대다수는 2박3일 이상 일정으로 낚시를 즐기고 있다.
추자도 영등 감성돔낚시의 피크는 2월이 아니라 3월이다. 3월 말까지는 날씨도 좋고 감성돔 씨알도 굵게 낚일 시기. 횡간도 도보 민박낚시로 올 겨울 원도 감성돔낚시를 마무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문의 횡간민박 010-7171-2558, 해남 황제호 010-3601-7211
남쪽 높은자리에서 파이팅을 벌이고 있는 윤화열 프로스탭.
횡간민박. 바로 옆에 별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