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현장]

“전원 4짜를 올렸습니다.” 봉호지 출조에 동행한 낚시인들이 각자 올린 4짜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왼쪽부터 필자, 이영규, 이정민, 이효상 씨다.
봄의 전령사인 개나리, 진달래의 꽃봉오리가 피어나면 꾼들의 마음은 산란 특수가 다가왔다는 기대에 발길이 빨라진다. 개화 초기까지는 포란 붕어가 얕은 연안까지 접근해 알자리를 잡는 산란 전기이다. 이 시기가 지나면 꽃들이 만개함과 동시에 본격적인 붕어 산란이 시작된다. 물론 성급한 일부 붕어들은 그 이전에 산란하는 경우도 있으나 집중적인 산란은 절기상으로 4월 청명 이후부터다.
붕어 산란특수를 만나기 위해 산란 전기부터 계획을 세웠으나 마음이 움직이질 않았다. 각 붕어터의 명 포인트마다 선점에 나선 장박꾼과 알박기꾼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갈등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광주꾼 이효상 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영암 봉호지에서 부분적 산란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한번 같이 가시죠?”라는 제안이었다.
이효상 씨는 작년 늦가을 ‘당근’이라는 어플을 통해 알게 된 붕어 낚시꾼으로 현재는 절친한 선후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밴드 ‘대물을 품다’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수로권보다는 저수지를 선호하는 열혈 붕어꾼이다.
이효상 씨는 일행 두 사람과 현장에 도착해 대편성을 하다가 필자가 생각 나 연락을 해왔다. 낚시춘추에 매월 기고하는 내 고민을 잘 알고 있기에 여러 여건을 감안해 필자를 초청했다고 한다. ‘그래 가보자, 기분 전환도 할 겸!’ 곧바로 낚시 사무실로 달려가 짐을 챙겨 산란철 낚시 첫 출조길에 올랐다.

봉호지 촬영을 성공리에 마친 촬영팀이 환경보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동 틀 무렵 4짜 2마리를 올린 이효상 씨가 오전 9시경 월척을 추가하고 있다.

무넘기 옆에 자리한 이정민 씨는 촬영일 최대어인 45cm 대물 붕어를 낚았다.
연안 접근성, 주차 여건 나쁜 게 옥의 티
4월 두 번째 금요일 오후. 이슬비와 강풍을 가르며 광주에서 약 1시간을 달렸다. 날씨는 흐렸지만 차창 밖으로 보이는 활짝 핀 벚꽃, 개나리는 기대와 흥분을 불어 넣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현장을 향해 가는 길에 보이는 저수지마다 전날 종일 내린 비로 황톳물로 변해 있었다.
어느덧 출조지인 영암군 도포면에 위치한 봉호지에 도착했다. 약 2천2백평의 수면 위는 삭은 연줄기로 가득했고 물색은 옅은 황톳물이었다. 수년 전 이곳에서 4짜 떡붕어를 낚은 기억이 있는 곳이다.
토종붕어와 떡붕어를 비롯 블루길, 잉어, 가물치, 동자개 등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고 있다. 연안에 뗏장수초와 갈대가 약간 형성돼 있고 전역에 연도 퍼져 있어 붕어 서식지로 최고의 여건이다. 인근 태간지, 동방제 등과 더불어 대물터로 알려졌으나 연안 접근성과 주차 여건이 나쁜 게 옥의 티. 이곳에서 낚이는 붕어 체고는 어느 저수지의 대물과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제방 도로를 넘어 무넘기 쪽 하우스 아래에 자리 잡고 있던 이효상 씨 그리고 동행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연안을 둘러봤다. 역시 주변 여건은 큰 변화가 없었다. 결국 이효상 씨 일행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수심은 60~90cm. 삭은 연 줄기와 여러 퇴적된 수초가 간혹 바늘에 걸려 나왔다. 연 줄기 일부를 제거하고 찌 세울 공간을 만들어 외바늘 채비에 옥수수를 미끼로 꿰어 대편성을 마쳤다. 이슬비는 그치고 강풍만이 불다 그쳤다를 반복했다.
찌불 밝히자마자 시작된 4짜 입질
오후 4시경 우측에 앉은 이효상 씨가 첫 입질을 받아 38cm 붕어를 올렸다. 우람한 체고의 38cm 붕어는 산란의 흔적이 없고 이제 막 알이 차오르는 상황이었다. 그와 동시에 인근 연 줄기가 흔들리는 모습은 붕어 활성이 매우 좋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잠시 강풍이 멈춘 사이 이른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밤낚시 준비를 했다. 흐린 날씨라 그런지 일찍 어둠이 찾아와 서둘러 찌불을 밝히고 미끼를 새 걸로 꿰었다. 초저녁이 지나고 본격적으로 어둠이 찾아온 시각. 4칸 대 찌불이 한 마디 솟아 시야에 들어왔다.
낚싯대에 손을 올리고 찌불이 더 오르기만을 기다리던 중 찌불이 갑자기 물속으로 잠수해버렸다. 황급히 챔질하자 뭔가가 덜커덕 걸리며 큰 저항이 전해졌다. 강한 허리힘으로 제압해 올린 놈은 39cm의 대물붕어였다.
그 순간 무넘기 옆에 자리한 이정민 씨도 입질을 받았다. 묵직한 파장과 함께 낚싯대가 활처럼 휘며 45cm 대물붕어가 올라왔다. 만족감과 기쁨을 뒤로 한 채 더 큰 씨알의 붕어를 기다리던 중 이번에는 광주꾼 이영규 씨가 42cm를 낚아냈다. 4짜 대란이었다.
새벽 4시경 잠시 입질이 뜸해진 틈을 타 일행들과 따뜻한 커피 한 잔씩을 마시고 자리로 돌아와 동 틀 무렵 입질을 대비했다. 새벽 5시30분경 이효상 씨가 입질을 받아 43cm짜리를 올렸다.

41.5cm를 올린 필자.

45cm 붕어를 뜰채에 담은 이정민 씨.

동 틀 무렵 43cm를 올린 이효상 씨.

대물 붕어가 이리저리 헤집고 다닌 탓에 낚싯대 사이로 붕어를 끌어낸 이효상 씨.

촬영일 올라온 45cm 대물 붕어.

봉호지에서 촬영팀이 올린 4짜 붕어들.
‘이게 웬일이란 말인가? 거는 족족 4짜라니!’
그렇다면 나도 낚아보자는 의지를 갖고 찌불을 바라보았다. 그러던 중 4.2칸 대 찌불이 어디론가 사라져 물속에서 빛을 밝히고 있었다. 늦었다 싶은 생각과 동시에 챔질하자 덜커덕 하는 움직임이 전해졌다. 확실한 입걸림이었다. 올라온 녀석은 41.5cm짜리였다. 드디어 나도 해냈다는 기쁨도 잠시 곧바로 이효상 씨가 두 번째 입질을 받아 42cm 한 수를 추가했다.
대물 행진은 거짓말처럼 계속됐다. 날이 밝자 이영규 씨와 이정민 씨가 시차를 두고 37cm, 38cm를 연타로 끌어냈다. 말 그대로 대환장 파티였다. 점심 무렵까지 낚시에 집중했으나 더 이상은 입질이 없어 철수 준비를 했다.
미끼, 채비 가리지 않고 왕성한 입질
철수하며 생각을 정리해본 결과 대물 붕어는 밤새 낚였지만 4짜들은 동 틀 무렵인 5시부터 6시 사이가 골든타임이었다. 특이한 점은 이들 대물 대다수가 찌를 한 마디 정도 올리다가 바로 물속으로 끌고 들어갔다는 점이었다.
미끼의 경우 나와 이효상 씨는 옥수수, 이영규 씨는 글루텐을 사용했었다. 이정민 씨는 두 가지 모두 병행했는데 종합해 보니 두 미끼로 고른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 대물 붕어들은 연 줄기 언저리 보다는 깨끗한 맨바닥에서 입질이 잦았다.
한편 이날 눈길을 끈 것은 이영규 씨의 대편성과 채비였다. 그는 낚싯대를 2대만 폈고 채비도 조개봉돌에 쌍바늘을 결합한 ‘옛날 채비’였다. 목줄은 캐블라를 썼으며 길이는 약 5cm였다. 이는 80년대 콩알 떡밥낚시에 많이 사용하던 채비다.
이번 출조에서는 미끼, 채비 관계없이 고루 대물붕어 입질을 받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특히 터가 세고 접근성이 좋지 않은 봉호지에서 출조자 전원이 4짜 붕어를 올렸다는 점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출조였다.
내비 입력 영암군 도포면 봉호리 1106-9 (제방 무넘기에 이른다)

무넘기 부근의 주차공간. 3대가 간신히 주차할 수 있는 규모다.

봉호지 제방 도로. 교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폭이 좁다.

이영규 씨는 80년대에 유행했던 두 바늘 채비를 사용해 4짜를 낚았다.

낚싯대를 2대만 편성했던 이영규 씨가 입질을 받아내고 있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