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동남천 무지개송어 미노우에 유혹되다
강한승
1981년생. 경기도 양평에 거주. 엔에스 블랙홀 프로모터. 2003년 루어낚시에 입문해 뉴질랜드와 알라스카로 원정을 떠나며 루어앤플라이 마니아가 되었다. 2006년에 FTV 염경환의 원더풀피싱에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FSTV의 시즌루어유혹, 루어홀릭, 다크호스 더 넥스트레벨에 출연했으며 현재는 FTV 트리플기어에 출연하고 있다. 2007년~2010년에 KSA 배스 챌린저프로로 활동했다.
동남천 무지개송어
우리나라 계류에서 무지개송어의 서식지는 양어장을 끼고 있는 하천이다. 무지개송어의 어종 특성상 평균수온이 낮은 곳. 즉 강원도 일대에서 주로 양식이 이루어지며 필드 역시 강원도 지역의 필드가 유명하다. 가장 대중적인 하천은 평창의 기화천, 그리고 정선의 동남천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양식장에서 퇴수로로 빠져나온 개체나 간혹 자연재해 때문에 물이 범람하여 인근의 하천으로 유입되는 녀석들이 무지개송어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외래어종이 국내의 하천에 유입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양식되고 있는 무지개송어는 자연 상태에서 산란을 하여도 부화할 수 있는 확률이 희박하기 때문에, 하천에서의 자생 확률 역시 희박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조행에서 내가 찾아간 곳은 강원도 정선의 동남천이다. 동강의 지류로서 가수리에서 동강과 합수된다. 동남천에는 큰 무지개송어 양식장이 두 곳이 있으며 포인트 역시 이 두 양식장 사이, 남창3교~광탄교 구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구간에는 곳곳에 깊은 소와 여울이 형성되어 있다.
동남천의 큰 매력은 연중 얼지 않는 다는 점이다. 내가 혹한의 겨울에 동남천을 찾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기온 -10도 수온 2.4도의 동남천에서 무지개송어를 만나기 위한 도전이 시작되었다. 수년간 겪어온 무지개송어는 먹이에 집착하는 욕심쟁이다. 간혹 미스바이트나 라인이 터지는 경우, 내가 아는 계류 냉수성 어종은 다시 입질로 이어지는 확률이 낮지만, 무지개송어는 루어나 플라이훅의 로테이션 혹은 낚시하는 포지션의 변화에 따라 다시 입질을 해주는 확률이 높은 어종이다. 또한 좋은 포인트 즉, 먹이를 섭취하기 좋은 구간에는 상시 포진하고 있기에 정확하게 공략만 한다면 단 몇 번의 캐스팅에 바로 입질을 받아낼 수도 있다.
무지개송어를 낚기 위해 내가 선택한 루어는 바로 미노우다. 계류에서 미노우를 사용하는 것은 이제 너무도 익숙한 일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무지개송어는 수중벌레, 날벌레, 물고기 등 상황에 따라서 아무거나 잘 먹는 잡식성이다. 그동안 계류에서 사용 빈도가 높은 루어가 스푼이나 스피너였다면 이제는 미노우로도 재미있는 계류낚시를 즐길 수 있다.
미노우로 무지개송어를 낚은 필자
나를 놀라게 한 야생 무지개송어의 힘
수온 2~3도, 수면에서는 모락모락 김이 피어올랐다. 무지개송어가 있을만한 포인트인 잔잔하고 수심이 나오는 여울이나 여울꼬리 부분에서 기대와 달리 침묵의 시간만 흘러갔다. 얕은 수심에 플로팅 미노우와 서스펜딩 미노우를 사용하여 표층에 50cm 정도 수심을 공략해나갔지만 어떤 반응도 없었다.
지루한 시간이 흘렀고 공략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싱킹 미노우를 꺼내들어 수심 깊은 곳공을 공략했다. 무지개송어가 좋아하는 여울과 런 지역이 아닌 전형적인 저수온기 포인트인 깊은 물골이나 소 위주의 공략으로 전환을 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되도록 수심을 깊게 공략하는 것이 좋은데, 이럴 때 싱킹 미노우가 위력을 발휘한다. 단순히 가라앉기 때문에 바닥에 잘 걸리는 미노우가 아니라, 무거운 비중으로 물속에서 수심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단순히 감는 액션만으로도 여타 다른 타입의 미노우보다 깊은 수심대를 유지해준다.
여울에 업크로스 캐스팅 후 물살에 자연스럽게 슬랙을 통해 최대한 미노우가 깊게 잠입하도록 하고, 피네스한 호핑 액션을 섞어가며 미노우 드리프팅을 반복했다. 이는 플라이낚시로 치면 님핑낚시와 유사하고 지그헤드리그 흘림낚시와도 비슷하다.
한 시간 정도 집중적으로 깊은 물골을 여러 번 반복해서 미노우를 흘렸고 드디어 첫 입질이 찾아왔다. 이번 조행의 대상어인 멋진 수컷 무지개송어 강하게 저항하며 얼굴을 보여주었다. 계류에서 무지개송어의 매력은 자연에 적응한 개체들의 넘치는 파이팅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에 적응한 개체들의 꼬리지느러미는 굉장히 크게 발달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시간은 흘러서 해가 중천으로 향하고 햇살이 비쳤다. 아주 미약하지만 포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포근함과 함께 다시 한 번 같은 방법으로 입질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아름다운 볼터치를 한 암컷 무지개송어.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바로 알을 쏟아내 버린다. 자연산란의 조건은 다 갖춰있지만 알을 놓아도 부화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측은한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그렇게 마지막 무지개송어를 만나고 계곡을 빠져나왔다.
하얗게 서리가 내린 동남천
EPILOG
우리가 흔히 ‘송어’라고 부르고 있는 무지개송어(Rainbow Trout)는 1965년 어류학자 정석조씨의 주도 하에 미국의 캘리포니아에서 양식 목적으로 들여왔습니다. 무지개송어는 원래 알라스카와 캘리포니아에 걸쳐 서식하는 어종이나 서식 수온 폭이 크고 적응력이 뛰어나 이미 세계 많은 나라에 이식이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외국에서 들어온 이 물고기가 ‘무지개’라는 단어는 생략되고 요즘은 송어로 불리고 있습니다. 전혀 다른 물고기의 이름인 셈입니다. 송어는 우리나라에서 만나기 어려운 귀한 물고기가 됐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토종물고기입니다. 무지개송어는 있는 그대로 무지개송어란 이름을 불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사용 태클
로드 : 엔에스 카라무스 582 쏘미노잉
릴 : 스텔라 1000
라인 : 나일론 모노필라멘트 4lb
루어 : 50~60mm 싱킹타입 미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