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미노루의 오키나와 피싱일기
강에서 루어로 감성돔을 낚는다
글, 사진 모리야마 미노루
감성돔 하면 갯바위 찌낚시를 떠올리는 것이 당연할지 모르겠지만, 오키나와에서 감성돔은 엄연한 루어낚시 대상어이고 그것도 아주 잘 낚이는 어종 중 하나다. 이번 호에는 오키나와의 감성돔 울트라라이트게임을 소개한다.
루어에 낚인 감성돔을 보여주고 있는 낚시인
간조 시간에 맞춰 강 하구의 물속에 들어가 감성돔을 노리고 있는 낚시인들
오키나와의 감성돔은 일반 감성돔과는 약간 종류가 다른데, 남양감성돔이라고 불리며 자세하게 분류하자면 두 가지로 더 나눌 수 있다. 외형은 일반 감성돔보다 약간 비늘이 거친 정도이고 지느러미가 약간 노란 기운이 있거나 파랗게도 보인다. 수온이 낮은 요즘은 씨알도 굵다. 여기에 마릿수 재미를 더하려면 낚시터 선택이 중요한데 바로 강으로 가는 것이다.
응? 뭐라? 감성돔을 낚으러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강으로 간다고? 아하하…, 그렇다. 오키나와에서는 감성돔이 강에서 낚인다. 물론, 이곳의 강은 한국 서울의 한강과 같은 규모가 큰 하천이 아니라 도랑에 불과할 수도 있는 가느다란 작은 하천으로 바다 간만 차에 영향을 크게 받아 바닷물이 섞이는 것이 당연한, 어찌 보면 기수역 개념에 들어간다. 주요 포인트는 강 하구부터 상류까지 넓은데, 포인트를 알려달라는 외지의 낚시 손님들은 상류 지역을 말해주면 깜짝 놀라기도 한다.
포인트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간대도 중요한 요소이다. 감성돔을 비롯하여 갈전갱이류와 같은 작은 물고기나 갑각류
를 포식하는 어종은 항상 간조 때에 물이 빠지는 장소에서 강을 거슬러 오른다. 간조에 맞춰 강폭이 좁아지고 얕아지면 먹이가 되는 작은 동물의 밀도가 높아져 배를 채울 기회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즉, 밀물과 썰물 시간대를 맞춰서 출조해야 만족할만한 낚시를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강 상류. 이곳까지 감성돔이 올라붙는다.
강, 그것도 상류에서 감성돔을
일주일에 한 번 낚시점을 비워도 되는 휴일을 맞아 감성돔 루어낚시를 가기로 결정했다. 장소는 나키진송(今帰仁村), 오키나와 최대의 도시인 나하(那覇) 시내에서 한 시간 반은 걸리는 장소로서 오키나와 본섬의 북부에 속하는 곳이다. 그곳을 흐르는 작은 개울 하구부터 낚시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2주가 넘게 날씨가 안 좋았던 오키나와는 먹구름과 비 소식이 잦고 바람도 세게 불어 쌀쌀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물론 외지의 손님이라면 반팔 차림으로도 문제없겠지만 우리 오키나와 현지인들은 파카를 걸치지 않으면 감기에 걸리고 마는 그런 추운(?) 날씨인 것이다.
이 비와 바람이 문제였다. 감성돔 낚시는 낚시터의 수질이 맑고 흐림에 영향을 받아서 비가 언제 내렸나와 바람이 부느냐 아니냐가 관건이다. 겨울비(?)가 내려 물이 흐린 경우엔 수온이 바뀌고 바닷물과 강물의 층을 지게 해 낚시에 악영향을 준다. 하지만 바람이 불어 파도를 만들고 바닥의 모래를 날리게 하여 강물이 흐려지는 것은 낚시에 도움이 된다. 감성돔 먹이인 갯지렁이나 게를 찾기가 쉬워지기 때문인데 감성돔의 활성도도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파도가 높아서 다리의 난간이나 제방에 찰싹찰싹 부딪치면 작은 게와 같은 갑각류가 도망치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수면으로 추락하는 먹이에 감성돔은 일제히 위쪽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떨어지는 먹이에 공격을 가하기 시작한다. 수면에 포식음이 울리는 일도 드물지 않은데 이때는 톱워터 루어나 수면 바로 아래를 움직이는 루어를 골라 사용하면 신이 날 정도로 손맛을 볼 수 있다.
지느러미에 노란 기운이 있는 남양 감성돔
오키나와 기수역에서 루어를 사용해 씨알 좋은 감성돔을 낚은 필자
강바닥을 긁어 파동을 일으키자…
현장에 도착하자 오늘의 포인트 선택이 탁월했음을 알 수 있었다. 간조시간이 다가오고 수위가 낮아지면서 물이 빠져 나가자 강의 하구로 진입하기에 좋은 상황이 되었다. 물골을 따라 단단한 모래밭을 걸어 들어가자니 드문드문 맹그로브(mangrove-열대와 아열대의 갯벌이나 하구에서 자라는 나무)가 나타나는 것이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역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이 완전히 빠지지 않아 아직은 바다인 이곳, 북풍이 심한 날임에도 바람이 막혀 있어서 낚시하기 나쁘지 않고 수면은 파도가 일어 물이 흐린 상황이었다. 물가에 낚시인이 접근해도 감성돔은 눈치 채지 못할 절호의 조건이었다. 이런 조건이라면 루어의 선택은 립이 달린 미노우가 최고. 강바닥을 긁어 모래를 더욱 날려가며 파동을 일으켜서 감성돔에게 루어의 존재를 어필하는 작전을 쓰기로 했다.
원줄은 PE 0.2호로 매우 가늘다. 여기에 쇼크리더 1.5호 나일론 줄을 연결했다. 강물 위로 바람이 불고 있어서 사이드캐스팅으로 루어를 던진 뒤 재빨리 낚싯대를 더 낮춰 낚싯줄이 바람의 영향을 덜 받도록 했다. 가볍게 트위칭하여 루어가 강바닥을 노크하듯 닿게 하면서 살살 릴링, 그러다가 수심이 급변하는 장소에서 잠시 멈추는 순간, 아니나 다를까 당찬 충격이 오고 파이팅이 개시되었다.
‘서두르지 마! 충분히 달려 나가게 해!’ 마음속의 외침을 듣고 침착함을 다졌다. 극세사를 원줄로 사용하면서부터 드랙을 헐겁게 해놓는 편이어서 라인이 신나게 풀려 나갔다. 도중에 멈춰야겠다 싶으면 손가락으로 스풀을 잡아주며 릴링을 반복했다. 스무스하게 풀어주고 멈추고 싶을 때는 확실하게 멈출 수 있어서 드랙을 조이기보다 이러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도구보다는 섬세한 자신의 손끝 감각이 더 믿음직하다고 생각한다.
0.2호 PE라인으로 즐기는 감성돔 손맛
밀고 당기는 공방전 끝에 감성돔이 힘이 다했는지 떠오르기 시작했다. 물속에 비치는 감성돔, 남양감성돔 특유의, 물속에서 파랗게 빛나는 지느러미가 보였다. 오랜만에 만나는 감성돔에 감탄을 하고 있는데 순간 반전하며 다시 낚싯줄을 차고 나간다. 감성돔은 다시 물속으로 모습을 감추고 드랙 소리가 한참을 울리고 있었다. 밀고 당기는 공방전이 또다시 시작되었다. 진땀을 흘리다가 올라온 감성돔은 35cm쯤 되는 사이즈로서 첫 수부터 좋은 크기였다. 바로 놓아주고 다시 같은 포인트에 던지자 연속되는 입질, 이번에는 좀 더 큰 40cm에 가까운 크기가 낚였다.
같이 온 일행들이 서서히 넓게 퍼져 나갔다. 나 역시 강을 따라 올라가려고 했지만 오늘은 하구 부근에서도 입질이 집중되는 것 같았다. 결국 또 같은 장소에서 연속으로 두 마리를 더 낚았고 사진을 찍고는 곧바로 놓아주었다. 실은, 오키나와 현지인들에게 있어서 낚은 물고기를 놔주는 행위가 흔한 일은 아니다. 우리 루어낚시인들은 ‘캐치 앤드 릴리즈’가 기본이지만, 오키나와에서도 시골인 이곳의 낚시인은 그렇지 않다. 혹시 내가 낚시하는 모습을 보고 더군다나 감성돔을 낚아내는 모습을 누군가 본다면 바로 다음날 이 자리는 남획이 되곤 한다. 특히 감성돔처럼 정착성 어종은 그 피해가 크다고 말할 수 있다. 잘 낚이던 장소가 다음날 물때에 맞춰 와도 물고기 한 마리 없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낚시천국 오키나와라고 해도 어자원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낚고 나서는 재빨리 놔주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강을 오르내리다가 수면에 보일이 일어나는 자리에 루어를 던지니 바로 바라쿠다가 낚여 올라왔다. 슬슬 강물의 흐름이 느려지고 수위가 올라오는 느낌에 시계를 보니 어느새 시간이 많이도 흘렀다. 동행한 사람들도 서너 수씩 한 것 같아 일찌감치 귀로에 오르기로 했다. 실제로 내 어린 시절에 비하면 낚시 도구와 기술은 발전되었지만 그에 따라 어자원은 줄고 있다. 오늘도 귀가 길에서 다음 세대를 위해 물고기를 놓아주는 낚시에 대해 마음속으로 되새겨본다.
Writer's Profile
모리야마 미노루 森山 稔
일본 오키나와 주재, 주식회사 요세미야 총괄 책임자. 1970년 부친이 오키나와현 나하시에 오픈한 요세미야피싱센터를 형과 함께 대를 이어 운영 중. 현재 주식회사 요세미야 총괄 부문 책임자 및 요세미야피싱센터 점장.
일본 沖縄県 那覇市 寄宮3-19-11
YOSEMIYA Co. Ltd.
+81-2-98-832-7149, www.yosemiya.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