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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조홍식의 History of Tackle] 현대적인 주요 낚시 태클의 기원 (19회) 1980년대 일본제 릴에 대한 유럽제 릴의 대응전략
2024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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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조홍식의 History of Tackle]

현대적인 주요 낚시 태클의 기원 (19회)

1980년대 일본제 릴에 대한 유럽제 릴의 대응전략


조홍식

편집위원, 이학박사. 「루어낚시 첫걸음」, 「루어낚시 100문 1000답」 저자. 유튜브 조박사의 피생랩 진행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낚시책을 썼다. 중학교 시절 서울릴 출조를 따라나서며 루어낚시에 깊이 빠져들었다. 90년대 말부터 우리나라 지깅 보급과 바다루어낚시 개척에 앞장섰다. 지금은 미지의 물고기를 찾아 세계 각국을 동분서주하고 있다.



1970년대부터 미국을 비롯하여 세계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한 일본제 릴은 고성능, 저가격으로 인기를 누렸다. 그 결과 릴 생산과 판매의 주도권이 일거에 유럽에서 일본으로 넘어가는 양상이었다. 이에 유럽제 릴의 대표, ‘미첼(MIRTCHELL)’과 ‘ABU’는 위기를 느끼고 미국 시장에서의 매출 회복을 위한 전략을 세우고 과감한 투자를 개시하였다. 그러나…



미첼(MITCHELL)이 1980년부터 발표한 신모델 4410(좌), 2250Z(중앙), 3310Z(우).

전통적인 곡선 디자인과 달리 직각 디자인이었다.


ABU가르시아(ABU Garcia)가 산업디자인 회사인 ‘헨리드레이퍼스(Henry Dreyfuss)’에 의뢰해

1986년부터 발매한 신모델, C3(좌), 862(중앙), 1021Flipping(우).





일본제 릴이 미국 시장에 침투하기 전, 가장 인기 있던 릴이라고 한다면 프랑스의 미첼을 빼놓을 수가 없다. 적당한 성능과 적당한 가격으로 유럽은 물론 미국이라는 초대형 시장에서 릴의 왕자로 군림하고 있었다. 일본제 릴이 더 좋은 사용감과 기능, 저가격으로 나타나자 미첼은 1980년부터 전통적인 달걀형의 곡선 디자인을 과감하게 탈피한 직각 디자인의 새로운 미첼을 선보였다. 2200, 3300, 4400시리즈라는 4자리 숫자의 모델이었다. 물론 인기 베스트셀러인 전통적인 달걀형 스타일도 포기하지 않고 구형과 신형을 동시에 발매하였다.

문제는 직각 디자인의 신형 릴이 생각만큼 잘 팔리지 않는 데에 있었다. 일본제 릴의 공세에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더구나 미국 내 판매망이던 가르시아(Garcia)의 도산에 이어 1981년에 미첼도 일단 도산하고 말았다.

다시 일어선 미첼은 여러 신형 모델을 더 개발하였다. 유행이 시작된 리어드랙 릴은 물론 몸체가 금속이 아닌 합성수지로 만들어진 모델을 다수 발표하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OEM을 맡긴 공장은 일본회사였다. 일본제 릴에 대항하기 위해 신모델을 생산하기 시작했지만, 그 릴의 제조를 일본에 맡기는 형상이었다.

릴의 디자인도 인기가 없는 직각 디자인만을 고집하지 않고 다시 구형의 곡선을 모티브로 한 새로운 디자인의 릴도 생산하였다. 릴 부품제조는 일본에서 하되 부품을 모두 프랑스로 수입하여 조립은 프랑스 국내에서 한다는 형태(assembled in France)를 취하면서 그때까지 없던 독특한 기능을 릴에 추가하는 등 일본제 릴에 없는 기능성을 부여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으로, 마치 레버브레이크와 똑같은 형태를 한 ‘트리거드랙(trigger drag)’이 부착된 스피닝릴이 있었고, ‘터보매그(turbo mag)’라는 독자적인 브레이크 시스템이 설치된 베이트캐스팅릴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독특하고 우수한 기능의 릴은 대중에게 선택받지 못하고 대부분 한두 해 정도 만에 생산 중지되고 말았다.

재기한 지 10년도 못 되어 미첼의 운명은 달라졌다. 1990년에 다른 회사에 매각되었고 2000년에는 브랜드 이름마저 퓨어피싱(Pure fishing)에 매각되면서 프랑스 자국 내 제품개발부서도 없어졌다.


구형과 신형을 동시에 발매한 프랑스의 미첼

스웨덴의 ABU는 미국 시장에서 가격은 좀 비싸도 성능 좋은 릴의 대명사였다. 그런데 그 성능에 버금가면서 가격도 저렴한 일본제 릴의 공세에 밀려 매출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였다. ABU는 1980년대 초에 미국의 가르시아(Garcia)를 인수하면서 ‘ABU가르시아(ABU Garcia)’로 거듭나게 되었다. 1984년, ABU가르시아는 과감하게 새로운 릴의 디자인을 산업디자인 컨설턴트인 ‘헨리 드레이퍼스(Henry Dreyfuss Associates)’에 의뢰하였다. [필자 주 : ‘헨리 드레이퍼스(Henry Dreyfuss, 1904~1972)’는 미국의 산업디자이너로, 인체 계측과 인간공학을 기초로 현대 산업디자인의 기준을 제시해 소비자에 큰 공헌을 하였다. 그가 세운 회사는 여전히 활약 중이다.]

당시에 발표된 모델은 그동안의 ABU 제품과는 완전히 다른 디자인이었다. 무채색인 카본 블랙 색상의 견고한 합성수지를 사용한 몸체는 스피닝릴, 베이트캐스팅릴 모두 아방가르드한 형태를 하고 있었으며 다른 브랜드의 릴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자적인 기능을 품고 있었다.

대표적인 모델로 스피닝릴은 C시리즈, 800시리즈, 베이트캐스팅릴은 1020시리즈, 820시리즈 등등이 있었다. 이들은 1986년에 등장해 그해 공산품 디자인 금상을 수상하면서 소비자들에게도 인기가 높아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새로 디자인된 모델에는 문제가 숨어 있었다. 릴을 디자인한 디자이너와 회사 관계자가 모두 낚시꾼이 아니었다는 사실. 그 결과 새로 만든 제품은 다채롭지만 실제 낚시에서는 사용할 일도 없는 기능이 잔뜩 들어있는 한 마디로 ‘기믹(gimmick)’, 기능만 과한 릴이었다.

ABU가르시아는 새로운 디자인의 릴 중 스피닝릴은 100% 외주제작하였다. 처음에는 모두 일본 회사가 맡아 만들었고 제작다변화에 의해 우리나라에서 제조한 모델도 있었다. 미첼과 마찬가지로 일본제품과의 경쟁을 어쩔 수 없이 일본(아시아) 공장에 맡기는 형태였다.


산업디자인회사에 디자인을 맡긴 ABU가르시아

헨리드레이퍼스 디자인을 통해 나름 이익을 얻은 ABU가르시아는 1992년에 또다시 디자인 변신을 꾀하였다. 이번에는 포르쉐 스포츠카 디자인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디자이너 ‘아킴스토르츠(Achim Storz)’에게 릴의 디자인을 의뢰하였다. 이때 탄생한 모델이 프로맥스(PRO MAX), 골드맥스(GOLD MAX)와 같은 자동변속기가 내장된 베이트캐스팅릴과 마치 로켓을 연상시키는 모습의 스피닝릴인 SM시리즈 등이었다. 이들 제품에는 21세기를 바라본다는 의미로 ‘콘셉트2000’이라는 문구도 붙어있었다.

아킴스토르츠의 디자인은 헨리드레이퍼스의 디자인과는 완전히 다르게 직선을 배제한 둥근 디자인에 금색, 은색 같은 광택 있는 색상을 사용하였고, 과하고 쓸데없던 기능은 다 뺀 미니멀리즘을 목표로 한 디자인이었다.

이런 새로운 디자인은 참신하고 미래지향적이어서 낚시도구에도 개성을 담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전부터 내재하여 있던 바로 그것, 낚시를 모르는 사람들이 기획, 디자인, 유통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들과 낚시 베테랑인 제조 공장 기술자와의 불협화음은 커졌고 생산된 제품은, 베이트캐스팅릴도 스피닝릴도 너무 크거나 무게가 현실성 없이 무거웠다. 또한 품질낮은 합성수지로 만든 몸통은 견고하지 못해서 ABU의 명성에 금이 가게 만들고 말았다.

포르쉐를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의 ‘작품’이라는 이미지로 시작했지만, 디자인, 제조, 실제 낚시 3요소 사이의 괴리가 컸다. 결국, 사용의 불편함과 내구성 문제로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유럽을 대표하는 두 브랜드, 미첼과 ABU는 이렇게 일본제 릴의 공격에 맞섰지만, 결국 소비자의 선택은 완전하게 일본제 릴로 옮겨갔고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했다.


미첼은 일찌감치 퇴장하였고, ABU가르시아는 그나마 클래식 스타일의 앰버서더(Ambassadeur) 베이트캐스팅릴의 매출이 꾸준해 명맥을 이어갔다. 브랜드 이름이 퓨어피싱에 팔려버린 요즘도 전통적인 앰버서더 시리즈의 복제모델은 여전히 생산, 판매되고 있다.



미첼의 대표적인 소형 스피닝릴 308, 미첼의 스피닝릴은

전통적으로 계란형의 둥근 디자인을 고수해 왔다.


1984년 딱 1년간만 생산된 5540RD. 미첼은 직각 디자인의

신모델이 인기가 좋지 않자 다시 전통적인 곡선 디자인을 부활하고

‘트리거드랙(Trigger drag)’과 같은 새로운 기능을 탑재한

스피닝릴을 개발하기도 하였다.


아킴스토르츠가 디자인한 자동변속기가 설치된 베이트캐스팅릴,

‘앰버서더 프로맥스(Ambassadeur Pro Max)’. 참신하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이었지만, 사용하기 불편하고 내구성도 좋지 않아 소비자에게 외면받았다.


아킴스토르츠가 디자인한 스피닝릴, ‘SM1000’. 디자인과 실제 낚시와의

괴리가 컸던 대표적 릴로 2000번 크기지만 무게가 무려 350g이나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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